다섯 번째 편지
디지털로 양육된 아이들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사방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이 만연한 문화권에서는 더없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지금 어린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디지털 세계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위해 그 영향을 서둘러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아이들은 처음엔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다가 나중에는 점점 적극적으로 자극을 요구하게 되지요. 자신들보다 훨씬 나이 많은 아이들에게나 걸맞는 자극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신의 고성능 전자책과 기술적 혁신을 쥐여주면 오히려 자신이 읽은 것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창의적 오프라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동기화와 시간을 박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적으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 될 테지요...........끊임없이 유입되는 다중의 정보 조각에 관심을 품고 항상 뭔가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기대가 기억과 배경지식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계속 새로워지는 스크린 위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기억능력이 감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자주 스크린을 TV나 영화와 연결시키기 때문에 태블릿이나 컴퓨터 모니터에서 지각하는 것조차 영화처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스크린 위의 수많은 세부 내용과 다양한 자극들이 기억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기억을 하지 않지요..........................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 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여섯 번째 편지
첫 5년 사이, 무릎에서 컴퓨터로
부모가 천천히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오직 아이에게 글을 읽어 줄때, 서로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서 아이의 뇌신경회로에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 느긋하고 단순한 행동이 엄청난 일을 이뤄내지요. 즉 읽기 활동과 가장 긴밀한 유대를 맺어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로 주의를 공유하고 상호 작용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또 단어와 문장과 개념들을 학습하고, 책이 무엇인지도 배웁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시선의 일치감은 어린아이들의 주의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치지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아이들은 호기심과 탐색적인 행동을 조금도 잃지 않은 채, 부모나 보모가 바라보는 것에 자신의 시선을 집중하는 법을 배웁니다........................여러분이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이는 자기 주변의 단어들에 노출됩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반면에 여러분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와, 자기 주변에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문장에 노출됩니다. 책 속의 단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야기와 책의 문법이며, 리듬과 운율이며, 말놀이 동시이며 노랫말이 다 여기에 해당됩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그토록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는 없지요................................저는 아이에게 앱과 디지털 '장난감'을 건넬 때는 처음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만 탐구하게 하고 점차 사용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3세 아이의 경우에는 하루 몇 분에서 시작해 30분까지 늘려가는 거지요. 좀 더 나이가 들면 사용시간도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하루 두 시간은 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곱번째 편지
어떻게 읽기를 가르쳐야 할까
우리는 0세부터 5세까지 인생의 첫 2000일에 대한 개념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이때는 읽기 회로의 구성요소들이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입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 생애 두 번째 2000일의 시간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편지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간으로 아이들이 평생의 기초가 되어줄, 읽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 시간 동안 공식적으로는 학교가 아이들의 교육을 넘겨받고 책임지게 되지요.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가 우리 사회에 구성원으로 기여하도록 인력과 자원을 쏟아야 합니다..........................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글자와 그에 맞는 발음 규칙을 배우고 다지는 한편, 단어와 이야기, 문학에 관한 지식을 접하면서 늘려가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음소와 문자소에서부터 단어의 뜻과 문법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묘사 능력을 기를 수 있지요. 언젠가 아주 나이 많은 교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대개 학습의 사다리에서 가장 오르기 좋은 곳은 낮은 층의 발판들이지요. 아이에게 그런 것 없이 곧바로 꼭대기 층까지 뛰어오르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아이가 장차 상상력과 분석력을 모두 발휘하는 뛰어난 독자로 자라게 하려면 사다리의 발판 하나하나가 다 중요합니다. 더욱이 읽는 뇌에 관한 지식은, 교사가 어떤 접근법을 따르든, 자신이 놓치고 있을지도 모를 사다리의 발판을 보도록 도와줍니다. 읽기 회로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활성화시키지요. 따라서 다섯 살부터 열 살까지의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가르침도 그래야만 합니다................................앞에서 4학년의 시기가 양날의 마지노선이라고 언급했었지요. 이 시기에 읽기의 양상은 바뀌고 읽어야 할 내용은 부담스러울 만큼 복잡해집니다. 또한 이 시기의 상급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이미 읽는 법은 배웠으니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잘못되고 해로운 가정이며 마땅히 바뀌어야 합니다.
여덟번째 편지
양손잡이 읽기 뇌 만들기
아이들은 다양한 학습 과제에 따라 무엇이 가장 잘 맞는 것인지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이가 인쇄물로 읽는 법을 처음 배우는 입문과정을 통해 읽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남는 생각거리를 돌려준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합니다. 하나의 생각에서 다음 생각으로 달음박질치려는 아이들의 본능적 경향이 디지털과의 잦은 접촉 때문에 더 부풀려졌을 수도 있는 것처럼, 깊이 읽기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대안적 태도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과제는 디지털에 경도된 아이들에게 이 두 가지 경험을 모두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깊이 읽기 기술에 주의를 할당할 정도로 빠르게 읽는 동시에 그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느리게 읽도록 교사와 부모들이 함께 지도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저나 여러분의 읽는 뇌는 모든 것을 디지털로 읽는 모드로 이제 막 들어선 반면, 다음 세대는 처음부터 확연히 다른 읽기 모드를 발달시켜 갈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다음에 그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읽기 모드를 자동적으로 다양한 읽기 목적에 맞게 구사하겠지요. 예를 들면, 이메일을 읽을 때는 속도가 빠른 '가볍게 읽기' 모드를 사용하고, 보다 진지한 내용을 읽을 때는 깊이 읽기 모드를 사용할 것입니다. 아마 이때는 텍스트를 출력해서 보기도 하겠지요! 만약 이런 가설이 옳다면, 읽기의 지배적인 모드가 무엇이든 거기서 생겨나는 블리딩 오버 효과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아이들의 읽는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단축되어 배선될 가능성도 낮아지겠지요. 게다가 완전한 양손잡이 읽기 뇌를 지니고 유연하게 매체 사이를 옮겨 다니는 아이들은 우리 종의 지적 발달을 더욱 폭넓게 확장해줄 것입니다.
아홉번째 편지
독자들이여, 집으로 오세요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천천히 서두르기' 혹은 '천천히 재촉하기'로 번역되는 이 말은 시간을 늦추려는 칼비노의 욕구를 강조한 것입니다.페르소나 렌테는 지금 우리 여러분이 길들여진 축소된 읽기 방식에서 풀려나도록 합니다.즉 '가능하면 빠르게, 필요하면 느리게' 읽는 거지요.인지적 인내력을 갖는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의도한대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을 뜻합니다.그러니까 여러분은 빠르게(페스티나) 읽어 가다가도, 이해해야 할 생각이나 음미해야 할 아름다움, 기억해야 할 질문, 그리고 가끔은 운이 좋게도 통찰까지 떠오를 때는 그것을 의식하는(렌테) 거지요.............................문자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가장 중요한 공헌은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성찰을 위한 민주적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이것은 집단적 양심의 기초입니다.21세기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집단적 양심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깊이 읽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하고 모든 시민을 재교육해서 개개인이 매체를 불문하고 비판적이고 현명하게 정보를 처리하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그리고 우리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반성적 사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20세기 사회만큼이나 실패한 시회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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