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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행복 스트레스>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행복이라는 말 자체는 공리주의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비롯되었다. 공리주의로 인해 행복의 추구는 너무나 당연한 삶의 원리가 되었고, 행복이란 쾌락을 의미하기에 최대의 쾌락을 누리는 것이 성공이 되었다.
 벤덤은 행복이 계산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벤덤은 인간은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며, 쾌락이 곧 행복이라는 전제로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통합했다. 즉 개인적 차원과 함께 사회적 차원을 고려해야만 행복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행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행복은 좀처럼 얻기 어렵고 설사 얻었다 해도 지속하기에 매우 힘들다. 행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이분법으로는 행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한 무리가 있는데, 바로 좋은 기분이 행복을 만든다고 소리쳐대는 '잡다한 행복 상인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심리학자에 비해 훨씬 더 일상생활에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만들어진지 200년밖에 되지 않는 말이며 쾌락과 동일한 말로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행복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행복이 의심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개인주의, 시장주의 그리고 공리주의를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 공리주의가 어떻게 행복을 새롭게 정의하고 민주주의, 개인주의, 시장주의가 어떤 구조와 관계를 통해 행복이라는 개념을 강화시켰는지 알면 우리는 행복의 외면에 대해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이고 민주주의 시대는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일지는 몰라도 행복의 세부사항들 중 어느 것도 실감 나지는 않는다. 비록 때때로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끼고 또 여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세부사항은 살아있지 않다. 그것은 행복이 일반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행복이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적 개념이라는 것을 잊고 산다.
그래서 파랑새는 있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원래 일반적 개념은 만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시대에는 행복이 모든 것을 휩쓴다. 그것이 '현실'일지는 몰라도 세부사항들 중 그 어느 것도 그다지 살아있지 않아서 실감은 없다.
 개인주의 시대에서 개인은 외롭다. 개인주의 시대의 개인은 고립되어 있고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페이스북도 하고 카카오톡도 하며 열심히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계가 대개는 앞에서 본 대로 가짜 관계라는 것이다. 진실은 홀로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은 무던히 애를 쓴다. 
 시장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개인의 가치 역시 명쾌한 숫자, 즉 연봉으로 표시된다. 우리는 연봉이 높은 사람이 능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액의 연봉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면 숫자가 우리를 지배하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 만든 게 아닐까.
화폐는 시스템의 징표일 뿐인데 왜 이것이 행복을 위협하는가? 구매력을 의미하는 돈은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는 추상이기 때문에 아무리 쌓여도 실감할 수 없다는 데 원인이 있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추상적인 것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숫자 속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시장주의를 벗어날 길은 지금으로서는 까마득해 보인다.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말은 상품화와 추상화가 온기를 가져다줄 수는 없기에 이를 기부나 나눔 또는 분배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을 수술하지 않는 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끝낼 방법은 없을까?

행복을 다시 생각한다

 행복 상인과 심리학자는 마음을 요술상자처럼 취급한다.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그렇게 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감사하며,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권한다. 또 목표를 세우고, 현재를 충분히 만끽하고 음미하며, 남을 용서하라고 말한다. 게다가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이 행복이라고 정의하며 몰입을 권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누고 베풀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음을 바꿔서 인생을 바꿔야 한다거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받아들인다 해도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삶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좋은 삶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행복에서 벗어나 좋은 삶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삶이란 3분의 1원칙을 따르는 삶이다.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의 행복까지를 생각하는 삶을 의미한다. 행복은 자신, 이웃, 사회가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며, 그 결과로 자신, 이웃, 사회가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왜 그토록 행복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행복이 어떻게 현대인을 지배하는 세속종교가 되었는지를 살피는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