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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여행의 이유>

 

 

 

 

 

'여행' 좋아하시나요? 이 질문은 누군가로부터 살면서 몇 번쯤 듣게 되는 질문이지 않을까요?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풀리지 않는 난제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소란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고요하고 싶을 때,

예기치 못한 마주침과 깨달음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그리하여 매 순간,

우리는 여행을 소망한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그가 여행을 다니면서 쓴 기록입니다. 현재 서점에서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있는 책입니다. 두껍지가 않아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일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보게 되었고 소설가 김영하의 여행은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함이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여행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었습니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시선으로 본 여행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진지한(?) 책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책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라서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역시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여행의 이유>를 읽어보면 아마도 저와 같이 '여행'에 대한 작가의 글들에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나는 아마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행에서 얻은 여러 가지 경험들이 바로 '마법의 순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마법'이라는 단어가 '여행'과 너무나도 정말 잘 어울리는 단짝 같은 단어라고 생각했고 멋졌습니다.

작가에게 소설 쓰기가 여행이 된다고 했는데, 여행이란 꼭 어딘가로 떠나는 것은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작가도 인생에서 여행과 비유할 대상이 있는 것처럼 저 또한 인생에서 여행에 비유할 대상이 무엇이 있을지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매일 반복되는 생활들이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된다라고 긍정을 하면 좋으련만 거의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태어날때부터 인생의 행로를 여행이라고 여긴다면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은 지우고 행복한 순간들만 기억되는 인생의 여행이 되기를!!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 호텔의 문을 들어설 때이다. 벨멘이 가방을 받아주고 리셉션의 직원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 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 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 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그러나 곧 또 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모르는 채로.

 

 김영하 작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져 있고 또한 얼마 전에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면서 더욱더 유명해진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여행 중에서 가장 이상했던 여행이 바로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련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때까지 여행은 확고하게 1인칭으로 자신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이었지만 여기서 그는 매우 이상하고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작진들이 모든 출연자들에게 '알아서 여행하시라'고만 거듭 말해주었을 뿐, 도착지에 도착해서 혼자 다니든 다른 누군가와 함께 동행하든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가기는 함께 가지만 도착하면 흩어져 개별적인 여행을 하고 저녁에는 식당에 모여 각자 다니면서 무엇을 보았는지 느낀 점은 무엇인지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알쓸신잡> 같은 여행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되면 '여행을 하는 나'를 삼인칭 시점으로 보게 된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를 찍기 때문에 그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열여덟 시간 동안 했던 말과 행동 중에서 일부가 적나라하게 눈앞에 나타난다. 나는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되어서 화면을 바라본다.

 

 우리는 여행 에세이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기를 읽거나 보게 되는 간접경험을 합니다. 시간도 부족하고 여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도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접적으로만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 여행지가 운 좋게 자신이 언제쯤 가본 적이 있던 곳이라면 이미 자기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경험을 자기와는 다른 경험으로 표현된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때 받은 느낌을 이 책에서는 '여행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 일종의 속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라고 했고 '한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 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는 표현해놓았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낯선 이들로부터 받은 환대를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쩔쩔매는 듯한 작가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마침 어느 한 여행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때는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환대는 그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고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만한 세상이고 그런 환대의 순간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행은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 책의 후반부에 오디세우스가 위험을 자초하고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키클롭스의 섬에 들어가 동굴을 습격하고 재산을 약탈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렇게 한 이유가 낯선 땅에 와서도 이제는 바랄 것이 없는 오디세우스가 마음이 허전해지자 낯선 땅에 사는 존재로부터 찬사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김영하 작가도 입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키클롭스의 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와 같은 상황이 되어 자신도 오디세우스와 같은 유혹을 받고 키클롭스라는 타자를 향해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라고 묻도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때 그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느냐가 성숙한 여행의 관건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젊은 날의 여행에서는 그도 다시는 볼일 없는 그들에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였고 주로 어떤 글을 쓰냐는 질문을 받으면 소설이라고 짧게 대답하면 대화는 그쯤에서 끊긴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아는데. 해외에 나가면 내가 누구인지를 나만 아는 것 같았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기만 아는 상태가 지속되면 키클롭스의 섬으로 쳐들어가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한 심리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2019년도 말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는 100일도 안되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환자도 100만명을 넘었고 숨진 사망자수도 5만명을 넘어서 코로나로 인한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해외여행객들도 줄줄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고 우리 정부에서도 가급적이면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모든 이들의 염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거의 의무적이다시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행도 마음껏 다닐수가 없게 되었고, 외출하기에 날씨가 좋은 주말에도 나들이조차 마음껏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하루빨리 어느때와 다른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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