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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생생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여행기라고 할만한 책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덧 인도라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에 들어가서 그 곳의 생생한 현장감 속으로 들어간 듯합니다. 또한 이 책의 저자인 류시화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마음을 열게 해주고 저자에게 친근함을 갖게 해 줍니다.

 인도라는 나라가 지금은 어느덧 경제성장의 대열로 점점 우뚝 성장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지만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인도라는 나라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 직접적으로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제가 이렇게 재밌는 인도여행기를 읽는 기회가 돼서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직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인도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이라면 정말 상식 밖의 인도인들의 행동에 화가 날 수도 있고 말문이 막혀버릴 만한 상황에도 처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한 번은 4시간이나 걸리는 기차여행에서 좌석표도 어렵사리 구하게 되었는데 비좁은 좌석 등받이 사이로 들어오는 인도인에게 여기는 내 자리라고 화를 냈더니 대답이 이러했습니다.

 "그런가? 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 자리를 너의 자리라고 주장하는가? 이 자린 네가 잠시 앉았다가 떠날 자리가 아닌가? 넌 영원히 이 자리에 앉아있을 것인가?"

 기관사 또한 시간 개념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여행 중에 몇 차례나 다섯 시간 이상 연착한 기차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를 물을 때마다 역무원들은 아마도 기관사가 도중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간 모양이라고 태연히 대답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책을 읽을수록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처럼 멘탈이 약한 사람이 여행하기에는 그 나라에 깊숙이 들어가 직접 부딪쳐보는데에는 한계를 많이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소요되는 정신력이나 체력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도여행패키지로 유명한 관광지를 겉으로만 훑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면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은 저에게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우연이라 할지 아니면 만나야 할 운명처럼 만나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따금씩 만나게 된 수행자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때도 많았습니다.그들을 스승이라 부르고 자신은 제자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 수행자들 역시 순수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재밌는 사람들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p70 "난 언제나 그대 곁에 있지. 바로 곁에 말이야. 우린 서로 연결돼어 있어. 그대가 언제나 자유로운 정신에 머물기를 바라네. 그것 밖에는 다른 해답이 없지. 그대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 언제라도 나를 찾아오게. 히말라야로!"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인 <빈자의 행복>에서는 인도 여행 중 차루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는 릭샤라는 바퀴가 셋 달린 택시를 몰고 손님을 태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말끝마다 "노 프라블럼!"을 외쳐대는 아이입니다. 심지어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도 "노 프라블럼!"입니다. 마지막 작별 인사할 때 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그래서 1루피만 받은 차루는 1루피만 줘서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그리고 잠시만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내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p93 게다가 인도는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가슴이 아려서 도무지 여행할 수가 없는 나라다. 어떤 모임에서 만난 한 여성은 인도에 처음 갔다가 여덟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내 울었다고 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거지와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한없이 광활한 들판들도 눈물이 번지게 만든다. 만일 인도 여행을 다녀온 어떤 사람이 자기는 인도에서 한 달이나 있었지만 운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를 경계하라. 그는 이미 가슴을 어딘가에 팔아버렸을지도 모르니까.

 p169 "여행의 백미는 기차여행이고, 그중에서도 3등칸 기차 안에 민중의 삶이 있다."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이것은 이제 사라져가는 불문율이 되어 버렸지만, 9억의 인구가 버티고 있는 인도에선 아직 그 불문율이 그대로 통용된다. 인도의 기차여행은 지구 상의 어떤 종류의 여행과도 다르다고 여행자들은 곧잘 말한다.

 p171 "당신은 이 세상에 와서 장사하는 재주를 배울 수도 있고 병 고치는 기술을 배울수도 있소. 하지만 무엇보다 신을 배우도록 하시오. 당신이 이곳을 여행하는 동안 신과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그 여행은 무의미한 것이오."

 거의 마지막 챕터인 <전생에 나는 인도에서>는 그가 정말로 전생에 인도에서 산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을하게 됩니다.전생에 인도인이었다는 생각이 정말 사실일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인도 여행을 통해 받은 영감에 직접 성곽을 찾아가기도 합니다.그 성에서 실제로 전생에 사랑했던 한 여인을 떠올리며 그 여인을 그리워한 장면에서는 그가 인도여행을 한 분명한 목적을 이룬 게 확실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나마스카는 인도인들의 인사말로 '당신 속의 신에게 절을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인도 여행을 열 번이나 했다는 저자 류시화도 인도에 대해 말하기를 정말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라고 합니다. 인도는 결코 다가가기 쉬운 나라가 아니라고 합니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합니다. 또한 인도인들은 못났고, 가난하고, 마구 밀쳐대고, 불구자 투성입니다. 고집 세고, 낙천적이고, 기품 있고, 성스럽고, 때로는 슬플만치 삶에 대해 열정적이고, 동시에 베짱이보다 게으릅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인도라는 나라를 평가하기에는 좋은 점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아 보여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생에 한번 정도는 저도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 대륙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인도인들과 섞여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류시화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인들의 말도 안 되는 가격 흥정에도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알고?라고 여유 부리면서 그들을 놀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가 스승이라고 일컬었던 여러 수행자들에게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도 받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도 뭄바이 시내정경
인도의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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